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소개
우리 대부분은 미술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고흐나 피카소 같은 서양화가를 떠올린다. 미술의 역사라고 하면 르네상스니, 인상주의니 하는 서양 미술 사조부터 외우려 든다. 왜일까? 실질적으로 서양 문화가 전 세계를 뒤덮은 만큼 친근함을 느끼는 게 당연해서일까? 우리는 생김새만 동양인일 뿐, 영혼은 서양인에 가까운 걸까? 이 시리즈는 분명히 아니라고 답한다. 그 동안 잘 몰랐고 주목하지 않았을 뿐 우리 조상이 즐겼던 미술 문화의 세계는 강력하게 이어지고 있다고, 우리 근본에는 아시아, 그러니까 동양 문화의 DNA가 흐르고 있다고.
이 책을 읽으면 무엇보다 우리 주변을 다시 돌아볼 수 있다. 동양미술은 우리가 평소에 먹고, 입고, 즐기는 모든 것들에 녹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아름다움은 왜 쉽게 알기 어려울까? 너무나 익숙해서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양이 소위 세계 4대 문명 중 세 개의 기원을 품고 있을 만큼 긴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동안 서양 관점에서 잘못 소비되어온 탓이 크다. 울퉁불퉁 복잡다단한 동양미술의 세계를 여행할 때 유쾌하면서도 사려 깊은 안내자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이유다.
우리나라 문화, 더 나아가 동양 문화에 대한 전 세계적인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옛날처럼 고작 이국적인 장식이라거나 보여주기식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동양 문화권에서만 만들어낼 수 있는 문화에 열광하고 또 그 기원을 찾아가는 세계인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우리가 몰랐던 우리의 미술, 동양미술은 생각보다 흥미진진하고, 생각보다 거대하며, 생각보다 아기자기하게 우리 근처에 살아 숨 쉬고 있다. 이 여정의 끝에서 독자들은 난생처음 온전히 내 것이라고 여길 아름다움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인도 고대 미술
문명의 나무가 뻗어나가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뒤를 잇는 난처한 시리즈의 세 번째 발걸음! 『난처한 동 양미술 이야기』 1, 2권이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수록 도판 100컷 이상을 교체하고 본문 내용을 보 강해 복잡하고 난해한 동양미술의 세계에 어려움 없이 발을 디딜 수 있게 도왔다.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1권에서는 아시아를 하나로 묶은 불교의 탄생지, 고대 인도의 미술을 조명한 다. 사실 인도는 모두가 기대하는 동양미술의 출발지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불교만큼 아시아 전역에 영 향을 끼친 종교는 드물다. 그런 까닭에 동양미술에서 불교 미술이 차지하는 위상은 절대 작지 않다. 이 책은 인도라는 고리를 통해 우리나라, 중국, 일본 나아가 동양 전체를 묶는 일을 시도한다. 인더스 문명 에서 출발해 경주 석굴암 본존불에 이르기까지 강의를 따라가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인도와 가까웠는지 깨닫게 될 것이다.
중국 고대 미술
사람이 하늘을 열어젖히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 『난처한 클래식 수업』의 뒤를 잇는 난처한 시리즈의 세 번째 발걸음! 『난처한 동 양미술 이야기』 1, 2권이 전면 개정판으로 돌아왔다. 수록 도판 100컷 이상을 교체하고 본문 내용을 보 강해 복잡하고 난해한 동양미술의 세계에 어려움 없이 발을 디딜 수 있게 도왔다.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1권이 고대 인도 미술을 다뤘다면 2권은 고대 중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신석 기시대부터 한나라에 이르는 이 시기의 중국은 동북아시아 세계관의 토대를 형성한 때로, 중국뿐 아니라 우리나라 미술을 감상하는 데도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라는 천원지방의 사상을 시작으로, 강성한 제국 한나라를 만드는 데 이바지한 유교와 도교가 어떻게 중국 미술에 영향을 끼쳤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될 것이다. 나아가 중원에 버금가는 문화를 탄생시킨 중원 바깥의 미술을 통 해 중국 미술을 보다 넓고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구원과 욕망의 교차로, 실크로드를 가다
3권은 동서 교역의 주 무대였던 실크로드에서 출발한다. 이 책의 주요 배경인 타클라마칸 사막은 실크로드 가운데서도 가장 험난한 구간으로, 들어가면 나올 수 없는 곳이라 불린 땅이었다. 실크로드 상인들은 목숨을 걸고 이 사막을 건넜으며, 중개무역을 통해 큰돈을 벌었다. 부유한 실크로드 상인들, 실크로드 도시를 차지한 권력자들은 자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 사원 조성에 앞장서는 등, 적극적으로 종교에 후원했다. 인도의 석굴사원, 서역의 불교 미술이 어느 순간 그토록 화려해진 데는 이들의 강력한 후원이 있었다. 실크로드의 경제적 발달이 미술의 발달을 가져왔던 것이다.
한편 아시아의 구법승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구하기 위해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 인도로 향했다. 후에 고국으로 돌아간 구법승들이 불교를 전파하며 불교 미술 역시 아시아 전역으로 퍼지게 된다. 상인의 부를 향한 욕망, 구법승의 구원을 바란 열망은 실크로드 미술을 만든 원동력이었다.
실크로드는 동양과 서양, 유목 민족과 정착민, 세계와 세계가 끝없이 충돌하는 땅이었다. 이 길에서 미술은 끝없이 변화했으며, 각 지역이 가진 고유한 미감을 품은 채로 경계의 안팎을 넘나들었다. 실크로드 미술은 어떤 시대, 어느 지역의 미술보다 역동적이었고, 동서양에 광범위한 영향을 끼쳤다. 이제 그 광대하고 변화무쌍한 미술을 발견할 시간이다.
지상에 천국을 훔쳐오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4권은 흔히 암흑기로 알려진 유럽의 중세가 사실은 찬란한 빛의 미술을 꽃피운 시대였음을 이야기한다. 로마제국이 멸망한 뒤 혼란에 빠져 있던 유럽은 기독교와 봉건제를 주춧돌 삼아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바이킹의 후예 노르만족을 비롯한 유럽인들은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거듭났고, 이들의 신앙은 곧 하늘 위의 천국을 지상에 재현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이어졌다. 결국 이들은 화려한 빛으로 가득차고 ‘천사들의 교향곡’이 울리는 고딕 성당을 지어 천국의 모습을 훔쳐오는 데 성공했다.
1부 ‘신을 찾아 순례를 떠나다’에서는 서기 1000년부터 시작된 성지 순례 열풍을 중심으로 중세 로마네스크 미술을 살핀다. 목숨을 건 여정이었던 중세인의 순례 여행을 따라가다 보면 순례 여행을 떠났던 중세인의 깊은 신앙과 그들의 여정이 키워낸 중세의 도시, 그리고 로마네스크라는 새로운 미술 양식을 엿볼 수 있다.
2부 ‘십자군이 된 해적’에서는 소위 야만족의 상징이었던 바이킹이 신실하고 용맹한 십자군으로 변모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노르만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바이킹의 후예들은 기독교를 접한 뒤 열정적으로 수많은 교회를 건축한다. 노르만족은 자신들이 정복한 영국 땅에 웅장하고 독특한 건축물을 세워 새로운 지배자의 위용을 드러냈고, 그 덕분에 영국은 ‘유럽의 시골’에서 새로운 미술을 이끄는 선두주자로 나설 수 있었다.
3부 ‘찬양을 경쟁하다’의 주인공은 중세 문명의 총아라고 할 수 있는 고딕 성당이다. 1144년 6월 11일, 그때까지 세상에 없던 새로운 건축물이 세상에 선을 보인다. 그 주역인 ‘생드니 대성당’은 높디높은 천장과 가볍게 하늘을 향해 솟아오른 듯한 기둥, 색유리로 섬세하게 제작된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구성되었다. 고딕 성당의 내부는 매우 밝고 경쾌한 모습인 데다 석조 천장의 음향효과로 웅장함과 신성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곳이었다. 또한 성당을 장식한 실감나는 조각들은 이후 이어지는 르네상스 미술의 씨앗을 뿌리는 역할도 했다.
갈등하는 인간이 세계를 바꾸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 5권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을 다룬다. 르네상스 미술이 처음 나타난 1300년대의 이탈리아는 혼란스럽고 역동적인 곳이었다. 지중해를 통한 무역으로 막대한 부를 축적한 도시국가들이 서로 경쟁하는가 하면, 흑사병이 창궐하여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았고, 그들의 자신감은 미술작품의 양과 질, 각종 기법에도 대단한 혁신을 일으켰다.
1부에서는 이탈리아 도시국가의 형성 과정과 1300년대 초기 르네상스 시대의 미술작품을 살핀다. 파도바, 아시시, 시에나 등 이탈리아 도시들의 미술작품에는 르네상스 시대를 살았던 상인, 빈민, 정치인 등 다양한 계층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흑사병 발생 초기에 만들어진 미술작품에서 양식의 후퇴가 보이지만 혼란이 수습된 이후 오히려 미술이 대중화되었다는 점도 짚는다.
2부에서는 르네상스의 본고장인 피렌체의 미술작품들이 소개된다. 피렌체 사람들은 구성원들의 균등한 기회를 보장하는 공화정, 그리고 홍수와 흑사병의 위기를 이겨냈다는 사실에 자부심을 느꼈다. 그런 자부심의 결과물인 피렌체 대성당은 피렌체 미술가들의 과학적 시도들을 한데 모아 놓고 있다. 또한 당시 새롭게 발명된 원근법은 평면인 그림을 통해 입체인 실제 세계를 그대로 보는 느낌을 주었고, 르네상스 사람들이 그림 밖에서 세계를 인식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다.
3부에는 르네상스 미술을 후원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미켈란젤로 등 천재 작가들에 비해 덜 알려져 있지만, 메디치 가문을 비롯한 피렌체의 상인 가문은 작품을 구입하는 것을 넘어 작품과 작가를 선정하고 유행하는 미술작품의 경향을 바꿀 만큼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다. 한편 용병대장 출신 영주들의 후원을 받은 작가들은 고대 그리스?로마 풍의 우아한 작품을 주로 그리면서도 궁정 생활의 단조로움을 해소할 만한 재미있는 시도들을 선보였다.
시장이 인간과 미술을 움직이다.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야기』6권은 초기 자본주의 문명과 알프스 이북의 르네상스 미술, 베네치아 르네상스 미술을 함께 엮어내며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르네상스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 15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미술이 눈부신 발전을 이룩할 때, 알프스산맥 너머 이북에서도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상업의 발전 속에서 새로이 부상한 시민 계급은 점차 시대의 주인공으로 등극하며 미술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미술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게 되었다.
1500년까지 알프스산맥을 사이에 두고 이탈리아와 북유럽은 서로 다른 개성을 지닌 미술을 펼쳐가고 있었다. 이 시기 베네치아로 두 번의 여행을 떠난 독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는 이탈리아와 북유럽 미술의 차이, 서로 다른 예술가의 위상을 절감하고 치열하게 고민했다. 그런 고민과 자기 탐구 끝에 마침내 이탈리아의 원근법을 적용한 체계적인 공간 구성과 균형 잡힌 신체 표현, 북유럽 특유의 사실적이고도 세밀한 묘사를 조화롭게 융합해냈다.
뒤러가 이런 위업을 달성하며 북유럽 미술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계기가 되어준 것이 바로 베네치아 미술이었다. 북유럽보다 한발 앞서 상업이 발전했던 베네치아는 또 다른 르네상스의 중심지로서 색채를 발판 삼아 회화에서 놀라운 도약을 해낸다.
1부 플랑드르 미술—시장이 미술을 바꾸다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남기기 시작한 사람들의 탄생
1부에서는 북유럽 중에서도 우리에게 조금은 낯선 플랑드르 지역을 먼저 살펴본다. 오늘날 벨기에 북부에 해당하는 플랑드르는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일부를 포함하는 지역이었다. 바다보다 땅이 낮아 저지대 지역이라고도 불린 플랑드르에서 살아갔던 사람들은 이 척박한 땅을 개척해야만 했다. 농사짓기 힘든 이곳에서 상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자 상업에 집중한 결과 플랑드르의 대표 도시 브뤼헤에서는 최초로 증권 시장과 미술 시장이 등장했고, 안트베르펜에서는 미술 시장이 더욱 활발하게 열릴 정도로 상업이 부흥했다.
이 풍요로움을 바탕으로 강한 자신감과 자의식을 지닌 시민 계급이 탄생한다. 이들은 직업에 대한 자부심을 강렬한 눈빛에 담은 채 그림 속에 당당히 등장하게 된다. 귀족이나 왕족, 성경 속 인물이 아닌 평범한 개인의 모습이 그림에 담기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은 위엄이 넘치기보다는 담백하고 편안한 모습으로 그려지곤 했으며, 이들 모습을 담은 그림 곳곳에는 깨알 같은 디테일이 숨어 있어서 보는 이들에게 소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부를 누렸던 만큼 시민 계급은 돈과 상품에 커다란 관심을 보였는데, 이런 관심은 이 시기 미술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2부 북유럽 르네상스—새로움 너머, 더 넓은 세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성장해나간 미술
북유럽 르네상스의 변화를 이뤄낸 한 축이 시민 계급의 탄생이었다면, 또 다른 한 축은 미술 재료와 기법의 혁신이었다는 이야기로 2부는 시작된다. 에그 템페라를 유화 물감이 대체하면서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사실적’이고도 ‘정확한’ 그림을 그리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로써 감탄이 나올 정도로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화가들에 대한 세간의 의식이 높아졌고 화가들 스스로 느끼는 자부심도 점점 커졌다. 미술 재료와 기법의 발전에 힘입어 1420~1430년대 북유럽에서 등장한 완전히 새로운 미술을 ‘아르스 노바’라고 일컫는다.
중세 때의 장식적이고 호화로운 미술과는 전혀 다른, 놀라운 사실성을 갖춘 미술이 등장했지만 르네상스 미술의 한가운데에는 여전히 교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성당에서 미사를 드릴 때 제대를 장식했던 그림과 조각을 의미하는 제대화는 교회 미술의 핵심이자 꽃이었다. 중요시된 만큼 정성을 다해 꾸미기 마련이었기에 제대화를 중심으로 르네상스 미술을 살펴볼 때 당시 미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두폭화, 세폭화, 다폭화 등 제대화의 여러 형식을 살펴보는 한편, 절대 놓쳐서는 안 될 북유럽 제대화 다섯 점을 특별히 소개한다. 제대화는 여러 구성으로 이루어진 데다, 일견 복잡해 보여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난감한 경우도 많다. 이 책은 다종다양한 제대화를 쉽게 감상하는 팁도 함께 제시한다.
북유럽 르네상스의 교회 미술은 예수가 느꼈을 고통을 생생하고 인간적으로 표현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방향으로 전개되었다면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교회 미술은 예수를 이상적인 신체로 표현하면서 조화와 균형의 미를 꾀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 두 르네상스의 서로 다른 흐름은 ‘최초의 유럽 화가’라고 불리는 뒤러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3부 베네치아 미술—또 하나의 르네상스
“이전에 그려진 그림은 모두 무채색과 같다”
3부에서는 동방과 서방 사이에서 북유럽보다 한발 앞서 상업 발전을 이뤄낸 베네치아에서 꽃피운 르네상스 미술을 살핀다. 늪지대를 개척해야 했던 플랑드르와 마찬가지로 베네치아 역시 도시를 건설하기 위해 석호를 개간하고 인공 지반을 다져야만 했다. 바다 위에 떠 있다는 것은 지리적 약점이었지만 베네치아는 오히려 이 특수한 환경을 바탕으로 해상 무역을 활발히 펼치며 번영을 누린다. 동지중해 무역의 강자로서의 자신감과 비잔티움 제국으로부터 받은 영향은 황금으로 빛나는 베네치아 미술에 그대로 담겨 있다. 대표적인 예로, 제4차 십자군 원정 때 콘스탄티노플에서 가져온 진귀한 전리품들을 여럿 갖다 놓은 산 마르코 성당, 황금을 입힌 천장과 벽을 캔버스 그림으로 꽉 채운 베네치아 총독궁은 당당하고 호화로운 모습으로 사람들의 눈길을 여전히 사로잡는다.
피렌체 미술의 성과를 흡수했을 뿐만 아니라, 무역으로 얻은 귀한 안료들을 기름에 개어 캔버스 위에 그리기 시작한 베네치아 회화는 16세기에 이르러 ‘황금시대’를 연다. 아시아로부터 들여온 안료들은 유럽의 안료들보다 깊고 풍부한 색감을 구현해냈다. 당시 아프가니스탄에서만 채굴되던 돌 라피스 라줄리를 정제해 만든 파란색, ‘락’이라는 곤충에서 얻어낸 붉은색, 독성이 있는 안료 오피먼트로 만든 주황색은 그 대표적인 예다. 무역의 중심지 베네치아에서는 이 다채롭고 값진 안료들을 다른 어디보다 저렴하고 손쉽게 구할 수 있었다. 이 안료들을 바탕으로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의 향연을 펼친 베네치아의 그림들은 오늘날에도 미술 애호가들의 가슴을 뛰게 한다.
5호16국과 남북조시대 미술
고대 인도(1권)와 고대 중국(2권), 실크로드(3권)를 오가며 동양미술의 숨은 세계를 소개한 『난처한 동양미술』 시리즈가 더 풍성한 미술 이야기로 돌아왔다.
4권에서는 다시 중국으로 무대를 옮겨 이른바 ‘분열의 시대’로 평가받는 3~6세기 중국의 미술을 살펴본다. 이 시기 중국은 북방 유목민의 침략, 한족의 대이동, 외래문물의 유입으로 대대적인 혼란을 맞았다.
그 과정에서 중국 미술 역시 이질적인 요소들이 충돌하고 융합하며 전례 없는 혁신을 이루게 된다.
『난처한 동양미술 이야기』 4권에서는 시대의 혼란이 오히려 중국 사회에 새로운 정신과 창조의 에너지를 선사한 과정을 조명한다.
나와 다른 이를 향한 혐오와 배척이 만연한 오늘, 5호16국과 남북조시대의 중국 미술이 우리에게 열어 보이는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할 시간이다.